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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매경춘추] 통인오페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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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통인오페라 공연


인사동 통인가게 사옥은 1974년 완공됐다. 당시 인사동 거리에 지상 7층 높이의 현대식 건물은 통인가게 빌딩이 유일했다. 엘리베이터와 양변기를 갖춘 이 빌딩은 완공 즉시 인사동의 랜드마크가 됐다. 골동품에 관심 있는 마니아들은 물론 음악과 미술을 애호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통인가게에 모였다.

시인과 소설가, 신문기자 등 글쟁이들도 모여 막걸리 한 사발 하면서 그림과 도자기, 문학 이야기를 나눴다. 1970·1980년대 통인가게는 문화 지식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그때만 해도 건물을 새로 짓거나 전시회를 열면 으레 고사를 지냈다. 돼지머리 앞에 넙죽 절을 하고 돼지 콧구멍에 돈을 쑤셔 넣었다. 따지고 보면 `고사`란 것이 미신인데, 그 핑계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교제하는 장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고사 대신 우리의 전통 음악으로 잔치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통인판소리` 공연이다. 1974년 사옥 완공과 함께 곧바로 통인판소리 공연을 시작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판소리 명창을 모셔 바로 코앞에서 공연을 하니 관객들이 하나가 돼 신이 났다. `얼쑤`의 추임새를 같이 외치며 흥을 돋우고 막걸리와 빈대떡으로 잔치를 벌였다. 그때는 소리꾼들이 기생집 요릿집 외에 특별히 갈 데도 없을 시절이었다. 무형문화재 신영희, 안숙선을 비롯한 많은 판소리 명창들이 통인판소리를 거쳐갔다.

2000년대 이후 주한 대사와 외국 바이어 등 외국 손님들을 위해 통인오페라 공연도 병행하고 있다. 테너와 바리톤, 소프라노 등 국내 유명 성악가들이 오페라 원곡을 피아노 반주에 맞춰 좁은 공간에서 우렁차게 부르니 관객들은 중세시대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요즘도 통인가게는 두 달에 한 번씩 통인오페라를 열고 있으며, 일년에 서너 번 판소리와 국악 공연도 한다. 통인이 판소리나 오페라 공연을 하는 것은 우선은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다. 단골손님은 물론 음악을 좋아하는 예술 애호가들에게 수준 높은 오페라나 우리 전통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또 한편으로는 음악을 전공한 예술인들을 위하는 마음도 있다.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젊은 성악가들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해 주면서 작더라도 경제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음악과 미술은 한통속이다.

나는 음악이 미술을 전달해 준다고 믿는다. 문화예술 수준이 그 나라의 품격이고 선진화의 기준이다. 예술인과 함께 예술 애호가들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통인 판소리와 오페라가 우리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완규 통인그룹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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