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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매경춘추] 나를 키운 내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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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나를 키운 내 인생의 스승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골동 장사를 하면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중 몇 분은 평생 스승으로 모시며 아버지를 대하듯 했다. 지금의 나를 키운 내 인생의 스승으로 네 분을 꼽을 수 있다.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됐지만 오늘날 통인의 발전은 이분들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골동을 알게 해주었다. 선친(김정환)은 1924년 서울 서촌 통인동에서 `통인가구점`이란 상호로 골동 가게를 시작했다. 지금의 인사동 거리로 옮겨온 것은 1960년이다. 그 시절은 좀도둑이 많아서 식구 가운데 누군가는 숙직하면서 가게를 지켜야 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가 그 일을 주로 담당했다. 그때부터 나는 아버지와 매일 마주치면서 골동을 보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는 도자 항아리의 묵은 때를 빼거나 가구 나무 판의 땟자국을 닦다 보면 옛 물건의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눈과 손에 익게 마련이라 했다.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고미술학자 최순우 선생은 평소 존경해 왔던 분으로 나의 결혼 주례를 맡아준 분이다. 그는 언행에 있어 옛 선비의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준 분이다. 그는 직관과 실전에만 의존하지 말고 한·중·일 옛 문헌의 공부에도 힘써 진품을 가릴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이나 논문 등을 통한 이론적·학술적 지식도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했다.

예용해 선생은 나에게 영어 공부를 하라고 가르친 분이다. 그는 당시 한국일보 문화전문기자로 `인간문화재`라는 말을 처음 쓴 분인데 골동 마니아였다. 중학 3학년 어느 주말 숙직 방에서 자고 있는데 예 선생이 이른 아침부터 가게에 들러 나를 깨우며 나무라듯 잔소리했다. "너는 영어를 착실히 배워라. 가게 출입하는 외국 손님들이 늘어나는데 어떻게 상대하겠느냐, 새나 개의 조형물을 앞에 두고 짹짹, 멍멍이라고 할 것이냐?" 나는 이때부터 무역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고등학생 때는 외국 손님들에게 영어로 골동품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에게 백자와 고미술품을 판매했다.

나에게 사업을 알게 해 준 분은 1960~1970년대 사업가 이문환 회장이다.

나는 새해가 되면 매년 그에게 세배를 다녔는데 한번은 정색을 하고 "회장님, 장사가 아닌 사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분은 "무엇이든지 대충 보지 말고 자세히 관찰해라. 예컨대 프랑스 파리에 가면 거리 청소를 할 때 물차로 쓸어 버리는데 파리의 하수시설이 얼마나 잘돼 있으면 저렇게 할까 궁금증을 갖고 관찰해라"고 했다. 내 분야가 아닌 것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보고, 내 사업과 연관 지을 수 있는지 따져보라는 권고였다. 그 가르침은 내가 통인가게 골동을 넘어 통인인터내셔날, 통인익스프레스, 통인안전보관 등으로 사업을 키운 밑바탕이 됐다.

[김완규 통인그룹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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