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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 [매경춘추] 안목(眼目)과 안복(眼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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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안목(眼目)과 안복(眼福)

나는 중학생 때 아버지가 경영하는 통인가게 점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후 평생을 골동품상으로 지냈다. 골동품 장사는 한마디로 안목 싸움이다. 진품과 명품은 아는 만큼 보인다. 고려청자나 이조백자도 모르면 잘 보이지 않는다.

진품인지 가품인지 구별도 못할뿐더러 진품이라도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이를 안목이라 부른다. 일본의 유명 골동품상으로 선친과 사업 파트너였던 사카모토 고로 씨는 "제대로 된 요리사가 되려면 10년, 의사는 20년, 골동품상은 3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사카모토 씨는 골동품에 대한 안목이 없어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가 골동가게 점원 생활을 마치고 후겐도라는 본인의 가게를 내서 골동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의 이야기다. 이전 가게 거래처였던 중국 골동 상인에게 물건을 처음 구매하러 갔을 때, 중국 상인은 적당히 골라서 가져가라고 했다. 사카모토 씨가 구매한 물건을 일본에 가져가서 보니 전부 가짜였다. 빚은 빚대로 지고 가치가 없는 물건만 남았다. 그는 5년 걸려 빚을 다 갚고 다시 100만엔을 빌려 또 한 번 그 중국 상인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찹쌀떡을 선물로 주면서 "5년 전에 물건을 산 사카모토라고 합니다. 당신이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다시 찾아왔습니다"고 공손히 인사했다. 중국 상인은 얼마를 가져왔는지 물어보고는 가장 좋은 진품을 모아둔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 하나를 가져가고 2개는 위탁해 주겠으니 다 팔았을 때 이윤을 빼고 원가만 달라고 했다. 그래서 3개 물건을 팔아 큰돈을 벌었다고 한다.

나는 안목과 함께 `안복`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안목이 골동품의 가치를 따진다면 안복은 그저 누리는 즐거움이다. 도자기나 옛 그림을 접했을 때 선의 우아함과 오묘한 빛깔, 질감에서 오는 독특함 등 그 매력에 빠져 넋 놓고 바라만 봐도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고 어떤 놀이보다 신난다. 예술을 즐기는 것은 끝이 없는 무한대다.

나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복이다.

요즘 나는 내 사무실에 앉으면 제일 먼저 옆 의자에 놓은 200년 전 백자를 바라보는 낙에 푹 빠져 있다. 얼마 전 남해 지역을 돌다 우연히 사온 것인데 두 줄로 금이 가서 아내가 사지 말라고 한 것을 제법 비싸게 샀다. 나는 금이 간 이 백자의 엉덩이 부분이 보통 자기와 달리 약간 밑으로 처지고 풍만한 것이 개성 있고 매력 있어 볼 때마다 황홀함을 느낀다.

[김완규 통인그룹 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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