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展

2020.04.15 (수)- 2020.05.10 (일)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기획전 <이진이 >에 초대합니다.

옷이나 천은 매끄럽게 잘 다려도 항상 구겨지기 마련이다. 옷도 살과 마찬가지로 주름이 새겨질 수밖에 없다. 옷은 그러므로 살과 쉽사리 분별되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까, 옷 혹은 천은 신체를 감싸는 신체, 피부이면서 내면이 드러나는 표면일 수밖에 없다. 말장난처럼 보이겠지만, 옷이나 천의 ‘구김’이 ‘살’과 함께 쓰이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이다. 이진이의 작업이 의복들의 구김이나 어떤 존재들의 구김살들을 다루는 것은 그러므로 우연일 수 없다. 그녀의 이전 작업이 주로 시간의 일시적인 중단과 정적, 단호한 멈춤을 포착하려 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일시적인 정지에서 ‘흘러나오는’ 시간들을 탐침하려 한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즉 그녀의 작업에는 사물이나 존재의 ‘구김’(혹은 주름)이 등장하고 있고, 그 사물이나 존재의 구김에는 사라져버린 시간이 잠복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김이란 시간의 구겨짐과 시간의 펼쳐짐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시간성이고 회화가 바로 그러한 형식이라는 것을 뜻한다.

구김―살 그리고 묵시의 회화

김 만 석 평론가

Tong-In Gallery, 32 Insadong-gil Jongno-gu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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