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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국 진     Seo Kuk Jin

보도자료 2002.11

강화도에서 빚는 연리문 도자 예술혼

뉴욕 통인화랑에서의 두 번째 전시로 도예가 서국진의 연리문 작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예가 서국진의 다섯번 째 개인전으로 작가는 1989년 첫 개인전이후 줄곧 연리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25년간 작업에 몰두해 오고있다. 대학원 졸업후에는 국립요업기술원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유약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기도 하였다.이후에는 작가 자신의 작업에만 몰두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러서는 연리문을  완전히 작가 나름대로 소화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중국의 영향으로 나타난 연리문 기법은 서로 다른 흙의 조합으로 생겨난 것으로 영어로는 대리석문 자기로 표현된다. 그 기법상의 난해함으로 인하여 13세기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것을 작가는 도예를 작업하면서부터 줄곧 연리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오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연리문의 기법을 조선 백자의 조형 속에 녹아든 작업이다.  절제된 조선 백자병의 조형 속에 마치 물과 구름의 형상으로 표현된 서국진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자연을 도자기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본다.


 한 인간이 어떤 한 가지 일에 집착한다거나 몰입하는 일은 쉽지 않게 볼 수 있으나 그 내용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고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즉 무언가를 얻기위해서 라기보다는 끝없이 추구해 가는 일련의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자신의 삶과 철학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에 인간 스스로의 존재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듯이 20여 년간 오로지 연리문 도자 한가지의 세계에 몰두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 도예가 서국진은 스스럼없이 그런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작업에 임하면서 한 치의 흐트럼 없는 자세와 세상을 넓게 관조하는 도예의 선비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강화도에 새롭게 마련한 작업실은 황해바다를 건너 중국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비바람을 한껏 마시면서 그 자신 도예가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연리문 도자의 재부흥과 좌표를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래 연리문 기법은 중국 송나라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고려조에 유입되어 불교예술의 절정과 함께 차 문화의 번성으로 발전되어 온 것으로, 이러한 연리문 도자는 뚜렷한 근거없이 맥이 끊긴 도자기법으로 주로 다도의 다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불교문화의 번성과 함께 고려조 12C∼13C 경에 전남 강진과 부안의 요장에서 주로 제작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회색의 청자 태토, 백자 태토, 철분이 다량 함유된 흑색 태토를 혼합하여 그릇이 만들어졌으며, 구연부는 백토로서 장식되어 세가지 색의 조화가 자연스럽고 단아한 느낌을 하고 있어 중국과는 다른 고려조 연리문 도자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청자, 백자, 분청 문화와는 달리 뚜렷한 근거나 문헌에 기록도 없이 사라진 기법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다도의 번성으로 많은 발전의 모습을 보여 오히려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성을 바탕으로 내면세계의 표출과 연리문자기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려는 일관된 창작의지를 지닌 서국진의 다섯 번째 개인전은 미국 뉴욕 통인화랑 초대전으로서 또 다른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초기에는 서양화의 마블링기법의 응용에서부터 파스텔톤으로 색조 변화와 다양한 성형 방법을 시도하였다. 그 이후 한국전통의 기형을 응용한 형태와 어두운 톤을 지닌 무게감과 강렬함이 내재된 조형성을 추구했으며, 최근에는 백색 여백을 많이 드러내는 감성적인 문양 표현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기형 또한 절제된 이성 표현을 추구하여 자유분방하면서 조선조 백자문화의 새로운 전개를 보는 듯하여 연리문 기법이라기 보다는 단아한 선비정신의 기개를 감성적인 문양과 어우러져 펼치려 함을 느낀다. 사각형태의 표면에 폭넓게 자리 잡은 색상과 높은 하늘, 구름과 같은 문양, 곧게 각진 형태는 구연부의 수직상승과 함께 단계적인 외반(外反)은 강직하게 위로 솟구치고 있으나 그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 것은 각 면의 좌우상하에서 오는 유연한 형태에서 기인한 것이다.  즉 제작과정의 난해함이나 표현기법의 까다로움은 이미 작가로부터 벗어나 도예가 서국진 자신의 영역 속으로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생성과 소멸, 확장과 생략을 반복하면서 다양하게 형성된 연리문 색상의 선은 불규칙과 부조화 속에 어지러운 듯하면서도 형태의 단아함에 흡수되어 작가 스스로의 모습으로 승화시키는 조형감각이 무르익은 연리문 도자혼을 빚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과 뉴욕의 통인 화랑에서 동시에 열리는 전시회로서 오랜 기간동안에 만들어진 30여 점의 작품을 각각 출품하고 있다. 고도자 문화가 전무한 미국 도자사회에 한국적인 선비정신이 담긴 도자공예를 보여주는 것은 그들에게 신선한 아름다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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